책 이야기

고무신

요정맘 2015. 8. 27. 04:41

 

 

 

깜장고무신

 

 

까맣게 잊었던

검정고무신 한 짝

고향집 모퉁이에서

세월의 무게를 이고 낮잠을 잔다

삶의 보금자리 찾아

똑딱똑딱

건반을 두드리더니

언제부터 그곳에 익숙해

자리잡고 있었을까

찢겨진 틈 사이로

햇살 한 줌 들어오면

행복의 끈

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한 욕망

모진 풍파

닳고 닳은 뼈대만 남아

밤마다 뒤척인

칠십오 숫자는

세월 따라 야위었다.

 

 

<출처이선화 시집, 깜장 고무신,p.68, 신아출판사, 2011